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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묘 – 아직도 뽑아내지 못한 ‘험한 것’

요즘 화제작인 영화 파묘를 드디어 보고 왔습니다:-) 개봉 전부터 기대를 많이 하던 작품이었는데, 큰 기대를 안고 봤음에도 너무 재밌게 보고 왔어요! 한국의 무속신앙을 주제로 한 만큼 한국스러운, 한국다운 영화라 너무 재밌게 봤습니다.

영화 파묘 후기

영화 파묘 포스터

영화 파묘는 총 6개의 챕터로 나뉘어 진행되는데요. 영화 초반부인 3장까지는 밑도 끝도 없는 부잣집의 묫바람을 기 위해 무당 화림과 법사 봉길, 풍수사 상덕, 장의사 영근이 대살굿과 파묘를 진행하는 과정을 그립니다. 그리고 후반부인 4~6장에선 ‘경로를 이탈한’ 네 명의 주인공들이 아직 뿌리 뽑지 못한 ‘험한 것’을 마주하면서, 영화의 경로 역시 바뀌게 됩니다. 이 후반부에 대한 의견이 다양하게 나오더라구요.

영화 파묘의 장면

저는 개인적으로 후반부 내용도 아주 재밌고, 흥미롭게 봤습니다. 우선, 일본인들이 자신들의 역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파트가 전국시대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런 전국시대의 클라이막스라 볼 수 있는 세키가하라 전투에 참여한 일본의 지방 영주가 ‘오니’로 설정된 것부터가 너무 흥미로웠어요. 본인들 역사의 클라이막스를 함께한 인물도, 자신들을 적극적으로 따르며 도움을 준 인물도, 자신들의 현재 목표를 위한 도구로 활용한다는 것이 실제 역사 속 일제가 할 법한 짓이라 재밌었습니다ㅋㅋㅋ

영화 파묘의 대살굿 장면

그러면서도 이런 영화를 보고 정치적으로 불편하게 느끼는 사람이 한국에 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일본인인가…?ㅋㅋㅋㅋ 그리고 한편으로 우리 현실에서는 ‘험한 것’을 아직 뽑아내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기도 했네요. 영화의 전체적인 스토리와 메세지도 굉장히 좋았고, 그러한 메세지를 오컬트적 요소를 활용해 풀어낸 것도 새롭고 재밌었습니다:-) 이걸 이끌어 가는 주연 배우들의 연기 차력쇼도 당연히 대단했구요ㅋㅋㅋㅋ

마지막으로 영화 진행에 명리학을 활용한 부분이 많이 보였는데요. 평소 명리학이나 사주에 관심이 있었어서 더 재밌었어요:-) 그래서 파묘에 등장한 명리학적인 부분에 대한 주관적인 해석을 정리해볼까 합니다. 그냥 취미 수준이라 틀린 부분도 있을 테지만, 개인적인 해석이니 감안하고 봐주세요.



영화 파묘의 명리학적 해석



뱀(巳)과 돼지(亥)

명리학에서 뱀을 뜻하는 ‘사(巳)’와 돼지를 뜻하는 ‘해(亥)’는 충(沖)하는 관계인데요. 쉽게 말해 서로 부딪히는 관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살굿을 도운 돼지띠 인부가 뱀의 형상을 한 누레온나를 손쉽게 죽일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비록 서로 충하는 관계이지만, 혼자였던 누레온나와 달리 돼지띠의 인부는 다섯이나 돼서 세력을 형성하고 있어 인부가 쉽게 제압할 수 있었던 듯 싶습니다. 후에 비록 동티에 걸리지만요… 그리고 명리학에서 사(巳)는 화(火)를, 해(亥)는 수(水)를 뜻한다는 점에서 뒤에 나올 결말의 복선이었던걸까라는 생각도 조금 해봤습니다ㅋㅋㅋ

영화 파묘


말피

파묘에서 무당 화림이 오니를 막기 위해 사용한 것이 바로 말, 그 중에서도 백마의 피였는데요. 이 역시 명리학적으로 볼 수 있지 않나 싶었습니다. 말은 명리학에서 ‘오(午)’라는 글씨로 나타내고, 순수한 화(火)의 성질을 나타냅니다. 그리고 오니는 금(金)으로 표현되는데요. 명리학에서 화는 금을 극(剋)하기 때문에 오니는 말의 피를 피하기도 하고, 맞은 순간 “뜨겁다”며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하지만 무덤 안에서 말피를 맞은 오니가 큰 타격을 입지 않고, 금방 회복한 것은 그것이 ‘백마’의 피였기 때문이지 않나 싶었습니다. 백마는 명리학에서 ‘경오(庚午)’라는 글자로 나타낼 수 있는데, 이는 금(金)과 화(火)의 성질을 가진 글자입니다. 즉, 강한 불의 기운으로 오니에게 순간적인 타격은 입힐 수 있었지만, 오니의 성질과 같은 금의 기운이 함께 존재하는 ‘백마’의 피였기 때문에 실질적인 타격은 입힐 수 없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었어요.

화극금, 수생목

마지막으로 파묘에서 명리학으로 해석될 장면은 상덕이 자신의 피로 물든 나무 자루로 오니를 물리치는 장면입니다. 이 부분은 대사로 직접 언급되는 부분이기도 한데요. ‘오류’라는 의견도 많던데, 개인적인 생각으론 오류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극 중 명리학적으로 화(火)를 사용하는 금(金)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 오니를 상덕이 수(水)를 흡수한 목(木)을 활용해 소멸시키는데요. 명리학에서는 목 → 토 → 수 → 화 → 금 → 목의 순서로 극(剋)하거나 충(沖)하게 됩니다. 하지만 자신을 극하거나 충하는 글자가 무조건 자신을 해하는 존재인 것은 아닙니다. 주변의 글자와 운에서 오는 글자 등의 영향으로 나를 극하는 존재를 활용할 수 있게 되기도 하는데요. ‘금(金)’인 오니가 자신을 극하는 ‘화(火)’를 무기로 사용하는 모습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 파묘

반대로 (生)하는 방향은 목 → 화 → 토 → 금 → 수 → 목 인데요. 상덕이 이를 활용해 자신의 피라는 수(水)로 생받은 목(木)을 활용해 오니를 물리치게 됩니다. 금은 목을 극하는 오행이지만, 아주 강해진 목이 오히려 금에게 타격을 입히는 존재가 된 것입니다.

또, 영화에선 수생목만 직접적으로 나오지만, 그 외에도 영향을 주는 요소들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먼저, 나무가 뿌리내릴 토(土)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오니와 싸움을 벌이는 장소가 ‘우리 땅’인 만큼 우리의 나무가 뿌리내리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땅이라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반대로 오니에게는 자신을 생해주는 오행인 토라 해도 온전한 생을 받기 어려운 토였을 것입니다.

파묘의 오니

그와 동시에 ‘여우가 호랑이의 허리를 끊었다’라고 한만큼 무덤이 있는 곳은 토(土)인 동시에 호랑이, 즉 ‘인(寅)’의 성질을 가진 곳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명리학에서 호랑이, ‘인(寅)’은 목(木)의 성질을 가진 글자입니다. 즉, 뿌리를 내릴 든든한 토(土)를 만난 목(木)이 수(水)로 생을 받는 것도 모자라 자신의 세력인 목(木)까지 만난 모양새가 된 것입니다.

이렇게나 강해진 목은 자신을 극하는 금마저도 이길 수 있었던 것인데요. 몇 백년된 고목나무를 손도끼로 내려찍다 도끼가 망가지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물론 고목나무에는 상처가 남게 되지만요. 그리고 영화의 에필로그 부분이 이 상처를 그려낸 것 같다고 해석했어요ㅋㅋㅋ

쓰다보니 굉장히 긴 글이 되었는데, 영화를 보며 생각했던 부분들을 글로 풀어내니 시원하네요ㅋㅋㅋ 오랜만에 이렇게 푹 빠져서 생각하고, 해석하며 즐긴 영화였습니다. 또 보러 가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