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화제인 지브리의 신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君たちはどう生きるか)‘를 보고 왔어요:-)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고, 지브리 작품 중에서도 가장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듯한 작품인데요. 개인적으로는 거장의 ‘고집’이 한껏 들어간, 한국인에게는 불편하기 그지없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君たちはどう生きるか) 후기
태평양 전쟁이 진행 중이던, 1940년대, 도쿄 공습으로 어머니를 잃은 주인공 마히토는 재혼한 아버지를 따라 우츠노미야시로 이사하게 됩니다. 아버지의 재혼 상대는 무려 마히토의 이모인 나츠코로, 이러한 상황을 마히토는 받아들이기 어려워 하며 나름의 반항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 우연히 만나게 된 저택의 기묘한 탑에 들어서게 된 마히토는 그 탑 속을 모험하게 됩니다.
탑 속에서 펼치는 마히토의 모험 스토리가 작품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는데, 탑 속을 ‘이세계’, 탑 밖을 ‘현실 세계’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더라구요. 탑 속의 이야기는 상상력의 영역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탑 밖의 현실 이야기가 너무 납득이 가지 않았어요. 그리고 그 이야기들 속에 담은 메세지는 불쾌하기까지 했습니다.
가장 먼저, 마히토의 아버지, 쇼이치가 죽은 아내의 동생과 재혼한 건 도대체 뭘 의미하는 걸까요…?ㅋㅋㅋㅋㅋ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설정이라 이해하길 포기했어요…ㅋㅋㅋㅋ 쇼이치도, 나츠코도, 히사코도 이해가 되지 않는데, 그 와중에 또 받아들이는 마히토 넌 또 뭐니…? 싶었습니다…ㅋㅋㅋㅋ 작품 자체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라는데, 혹시 감독도 이모가 새엄마가 되었나요…?
그와중에 미야자키 감독 본인의 가정사를 그대로 투영해, 마히토의 아버지인 쇼이치는 군수업체 사장이던데 이것 역시 삐딱하게 보게 되더라구요…ㅋㅋㅋ 개인적으로 이번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역시 이전 지브리 작품들처럼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것의 가치’를 이야기 했다고 느꼈거든요.
그렇다면 새로운 가족을 받아들이고 다시 일상을 살아가는 마히토도, 전쟁을 통해 번 돈으로 자라났지만 평화를 이야기하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본인도 그저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작은 존재일 뿐이라는 추론에 도달하게 되는데 그건 좀 아니지 않나 싶었습니다. 그냥 그렇게 받아들이기만 하고 살지 말고, 반성하면서 자신의 부모가 저지른 일들에 대해 사죄를 하는 게 맞지 않나요?
같은 이야기의 반복같지만, 지브리의 모든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평화’와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 작품에서는 이 2가지의 메세지가 유달리 강하게 들어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세계의 신 조차도 포기한 세계지만, 그래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면 그건 너무 일본 위주의 편한 생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습니다. 한국인으로선 ‘그냥 살지 말고, 사과부터 하고 살아’ 싶어서 말이죠…ㅋㅋㅋ….
공습으로 생명을 잃은 마히토의 엄마, 히사코도, 어린 나이에 엄마를 잃은 마히토도 개인의 삶으로 보자면 참 안타깝지만, 그 공습이 어떻게 시작되었는 지는 왜 생각하지 않는 것인지…? 모든 ‘쓸모 없는 것들’을 넘어 그저 주어진 삶을 살아가지 말고 가해국으로서 사죄의 태도를 취하는 것이 먼저 아닌지…? 싶긴 합니다. 뭐 이런 생각 없이 가볍게 “전쟁은 나빠!” 할 수 있는 것 역시 일본이 가해국이고, 여전히 강대국이기에 취할 수 있는 속편한 태도라는 생각이 들어 상당히 아니꼬왔습니다ㅋㅋㅋㅋ
여러모로 불편한 메세지가 가득 담긴 듯한 작품이었지만, 오랜만에 만난 ‘지브리 스러운’ 작화는 너무 좋았고, OST인 요네즈 켄시(米津健之)의 Spinning Globe(地球儀)도 굉장히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요네즈 켄시의 곡은 이 난해한 영화의 해설서처럼 느껴지는 곡이라, 영화 속 메세지에 대한 불쾌함을 떠나 ‘굉장히 잘 만든 OST’라고 생각했어요:-)
그 외에도 히미와 히사코가 보여주는 모성애나 키리코가 보여주는 진취적인 여성상 역시 재밌게 보던 지브리의 ‘그것’이라 반갑고 좋았습니다. 분명 소소한 좋은 점이 있었지만, 커다란 나쁜 점이 모든 것을 상쇄하는 영화가 아닌가 싶은 작품이었습니다.